
스페이스 X가 오는 6월 12일 미국 증시에 상장됩니다. 예상 시가총액은 약 2,500조 원.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손이 떨렸습니다. 엄청난 기회인지, 아니면 지나치게 부풀려진 거품인지, 직접 공부해보지 않고는 판단이 서지 않았습니다.
스페이스 X 상장, 왜 지금 우주가 뜨거운가
AI 반도체 열풍이 서서히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서부터 저는 다음 성장 동력이 어디 일지를 꽤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휴머노이드, 양자컴퓨팅, 광통신 등 여러 후보가 있었지만, 실제로 공부를 깊게 팔수록 '우주'만큼 복합적인 성장 논리를 갖춘 영역이 없더라고요.
우주산업이 단순한 탐사의 영역에서 벗어나 국가 안보 자산으로 재정의되고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전쟁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위성 정보와 네트워크 중심의 군사 수요가 급격히 커졌고, 이것이 우주 기업들의 실질적인 수주 모멘텀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수주 모멘텀이란 기업이 앞으로 받게 될 주문과 계약이 쌓이면서 향후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흐름을 말합니다.
스페이스 X의 스타링크는 현재 1만 기 이상의 저궤도 위성망(LEO, Low Earth Orbit)을 운용 중입니다. 저궤도 위성망이란 지표면으로부터 약 200~2,000km 사이에 촘촘하게 위성을 배치해 고속·저지연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프라를 뜻합니다. 글로벌 가입자 수는 이미 1,000만 명을 돌파했고, 미국 정부는 아르테미스 4호 달 착륙(2028년 목표)과 민간 우주산업에 대한 500억 달러 이상의 투자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출처: 미국 항공우주국 NASA).
상장 구조를 보면, 스페이스 X는 이미 4월 초 SEC에 S-1 서류를 비공개로 제출한 상태입니다. S-1이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하는 기업공개 신청서로, 기업의 재무 현황과 사업 계획을 담은 공식 상장 신청 문서입니다. 상장 후 시총 기준으로 미국 증시 내 톱 6~7위권에 즉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밸류에이션 논쟁, 2,500조가 합리적인가
솔직히 이 부분이 저를 가장 오래 붙잡아 뒀습니다. 스페이스 X 상장에 흥분하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시가총액 숫자 앞에서 한 발짝 물러서게 됩니다.
예상 시총 2,500조 원은 현재 전 세계 시총 상위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치입니다. 이 가치를 뒷받침하려면 스타링크 구독 수익, 발사체 사업, 미군과의 계약 수익이 앞으로 수년 내에 폭발적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과연 현재의 우주 기술 상업화 속도가 그 전제를 충족할 만큼 빠른가 하는 질문은 진지하게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밸류에이션(Valuation)이란 기업의 현재 또는 미래 가치를 수치로 산정하는 작업입니다. 주가가 적정한지, 거품인지를 판단하는 출발점이죠. 일부에서는 "스페이스 X는 단순 기업이 아니라 인프라 기업"이라며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반면, 아직 상장 전이라 정확한 재무제표 공개가 제한적이고 수익성 지표를 꼼꼼히 따지기 어렵다는 점도 사실입니다.
제가 직접 여러 분석 자료를 뒤져봤는데, PER(주가수익비율,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주가의 고평가·저평가 여부를 나타내는 지표)이나 PSR(주가매출비율) 기준으로 접근하면 우주산업 특성상 일반 제조업보다 훨씬 높은 멀티플이 적용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2,500조를 정당화하는 충분한 근거가 되는가에 대해서는, 장밋빛 기대보다 냉정한 시각도 동시에 유지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스페이스 X를 담은 ETF, 어떤 선택지가 있나
단일 종목 집중 투자의 리스크를 분산하고 싶다면, ETF(상장지수펀드, 여러 종목을 묶어 증시에 상장시킨 펀드 상품으로 주식처럼 실시간 매매가 가능한 것이 특징)를 활용하는 방법이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미국 시장에는 스페이스 X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담은 ETF들이 이미 거래 중입니다.
- XOVR(ERShares Private-Public Crossover ETF): 상장 기업과 비상장 기업을 함께 편입하는 크로스오버 전략의 액티브 ETF입니다. 스페이스 X 주식으로 구성된 SPV(특수목적법인) 지분을 편입하는 방식으로, 현재 ETF 중 스페이스 X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 RONB(Baron First Principles ETF): 론 바론의 바론캐피털이 운용하는 액티브 ETF로, 스페이스 X를 클래스 A 및 클래스 C 주식으로 직접 보유하고 있습니다. 합산 비중은 약 8%로 포트폴리오 내 두 번째로 큰 비중입니다.
- NASA(Tema Space Innovators ETF): 올해 3월 말 새로 상장된 ETF로, "스페이스 X 없는 우주 ETF는 엔비디아 없는 반도체 ETF와 같다"는 철학을 내세웁니다. 로켓랩, 플래닛랩스, 인튜이티브머신스 등을 함께 편입한 순수 우주 테마 ETF입니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법적 구조상 비상장 기업이나 SPV를 직접 편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내 상장 ETF에는 스페이스 X가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각 ETF의 구성 종목을 하나씩 확인해 봤는데, 이 점은 확실히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국내 우주 ETF 5종, 수익률과 구성 종목 비교
국내 증시에도 최근 우주 테마 ETF들이 연이어 상장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1Q 미국우주항공테크'를 시작으로, 올해 3월 'KODEX 미국우주항공', 4월에는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 'TIGER 미국우주테크', 'SOL 미국우주항공 TOP10'이 차례로 나왔습니다.
최근 1개월 수익률 기준으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ETF 포털).
- TIGER 미국우주테크: +30%
- SOL 미국우주항공 TOP10: +24%
-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 +21%
- KODEX 미국우주항공: +18%
- 1Q 미국우주항공테크: +15%
저는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꽤 놀랐습니다. 한 달 만에 30%라는 건 웬만한 개별 성장주 수준입니다. 다섯 개 ETF를 뜯어보니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는 종목이 바로 로켓랩입니다. 로켓랩은 스페이스 X 다음의 민간 발사체 기업으로, 제가 공부를 시작했을 때 기억하는 주가가 약 62달러였는데 현재 13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수익률이 가장 높은 TIGER 미국우주테크는 로켓랩, 인튜이티브머신스, 레드와이어, AST스페이스모바일, 플래닛랩스, 글로벌스타 등 순수 우주 비즈니스 기업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반면 수익률이 가장 낮은 1Q 미국우주항공테크는 조비에비에이션, 아처에비에이션 같은 UAM(도심항공모빌리티) 기업 비중이 높아, 최근 UAM 섹터의 부진이 수익률에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ETF들은 대부분 리밸런싱 조항 안에 스페이스 X 상장 시 즉각 편입할 수 있는 조건을 미리 넣어두고 있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이 부분은 향후 실질적인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스페이스 X 단일 종목에 올인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ETF를 통해 우주산업 전체의 성장 흐름을 분산해서 가져가는 것이 맞는지는 개인의 투자 성향과 리스크 허용 범위에 따라 달라집니다. 저는 시총 2,500조라는 숫자 앞에서는 적립식 접근을 기본으로 두고, 상장 첫날 시초가 흐름에 따라 비중을 유동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주산업의 성장 방향성 자체는 의심하지 않지만, 어느 종목에, 얼마의 비중으로 진입하느냐가 결국 수익을 가르는 핵심이 될 겁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